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생활이지만 무엇인가 감성적으로 메말라가는 이 느낌.
불혹의 나이가 되어보니 도시에서의 판에 박힌 일상이 갑자기 권태로워 집니다.
언뜻 TV에서 비춰지는 바다며 산이며 푸르고 한적한 시골길을 보노라면 도시에서의
일탈을 꿈꾸기도 합니다.
몇 번이고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쪼개려고 시도를 하다가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마음을 접어야했던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 이었던가요.
여행이란 그런 모든 일상들을 마음속에 가지고 떠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속에서 현재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자니 굳이 오늘은 아니어도 된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그래서 다 떨구어 버리고 우리 가족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집사람에게도 이제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딸아이에게도 무엇인가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컴퓨터에 앉아 강원도 방향으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눈이 아플 만큼 찾고 찾아서 비용면에서도 시설면에서도 저희와 궁합이 잘 맞는 펜션,
‘숲속의 요정’을 선택했습니다.
제 선택에 우리가족은 놀라움과 설레임에 짧고도 행복했던 그 날에 하루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2010년 작년이 처음 방문 이었지요...
2011년.
어느덧 두 번째 방문이 되었네요.^^*
차안에 바리바리 이것저것 싣고 출발했던 얼마 전 그 날을 다시 회상해 봅니다.
때마침 처의 서른일곱 번째 생일이면서 네 살난 딸아이와 생전처음으로 눈썰매를 타는 멋진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마치 오늘 또 출발하는 날처럼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지난달에는 추운 날이 참 많았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건 아니었지만 도로가 얼어 미끄러울까봐 안전운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장평 IC를 나와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반가울 정도로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리는 그 기분.
서울과는 달리 이곳엔 눈도 제법 내렸던 흔적이 남아 있어 딸아이에게 눈썰매를 꼬옥
태워주고 싶었던 마음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설경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운전하며 고단했던 몇 시간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첫 번째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전경에
빨리 ‘숲속의 요정’에 가고 싶어집니다.
드디어 도착한 ‘숲속의 요정’!!!
하얀 눈에 포옥 싸여있듯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건 왜일까요...
작년에 이어 변하지 않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멋지고 근사한 ‘숲속의 요정’ 전경과 여전히 친절하신 직원분들...그리고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 된 펜션 내의 숙소... 다시 찾은 이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안내데스크에서 저희의 숙소를 배정 받았고 짐을 풀고 정리하기를 30여분 남짓.
마음은 눈썰매장에 가 있었습니다. ^^*
눈썰매장 정상에 섰습니다.
우~!!!
트랙의 길이가 제법 만만치 않았습니다.
속도가 붙어 끝에 도착하고도 멈추지 않으면 그 아래 집을 덮칠 수도 ㅡㅡ;;...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딸아이를 안고 생전 처음 타보는 눈썰매에 내려오는 내내 고함을 지르며 방향도 이리저리.
눈썰매장 끝에는 울타리처럼 침대 매트리스로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끔 완충작용을 하게
설치가 되어있었습니다.
보기에는 완만해서 속도가 날까했는데 제법 재미가 있습니다.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세상 시름과 스트레스는 날아가듯이 그 속도와 스릴에 감탄과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굳이 돈 주고 다른 곳에 가서 썰매장 이용하는 것보다 ‘숲속의 요정’ 방문하셔서 하루 숙박하시면서 무료로 썰매장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훨씬 낫습니다.^^
근데 너무 멀리 내려오니 올라갈 일이 걱정^^
딸아이를 눈썰매에 태우고 올라가기를 십여 차례정도 타고나니 다리가 후들 땀이 송글송글 맺혀서 그 넓은 눈밭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집사람도 덩달아 난리가 아닙니다.
처음 타는 것 치고는 제법 즐길 줄도 아는 듯 능숙하기까지 합니다.
처의 얼굴에서 그렇게 환한 웃음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왜 이렇듯 좋은 것들은 놔둔 채 돈의 노예로 이 자유로움을 포기해야 했었는지요...
우리 장모님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며 웃으시며 손사래를 치십니다.
배가고파지자 우리 가족은 생일 파티를 겸해 바비큐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처는 밥을 하고 채소를 씻고 찌개를 끓일 동안 저는 미리 준해했던 양념갈비를 숯불에 굽고
장모님과 딸은 월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얼었던 몸을 녹이며 물장난을 칩니다.
고기를 구우며 시원하게 막걸리와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고기 한 점을 쌈에 싸서 입안에 넣으니 이곳이 지상의 무릉도원이며 신선이 된 듯합니다.
신선놀음이란 이런 건가 봅니다.ㅎㅎㅎ
한 상 가득 차려진 식탁에 둘러 앉아 케익에 촛불을 켜고 맛있게 식사를 하는 우리식구들을 보노라니 만약 행복을 정의하자면 꼭 이런 모습이 아닐런지요.
머릿속 복잡했던 일들이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그 시간에 만족했다면 말입니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출발 전엔 설레고 도착해선 즐겁고 행복하며 다녀와서는 아쉬움이 그리움이 되는 그런...
어둠이 깔리고 바깥 기온은 영하 10도 정도 되는 것 같았지만 단단히 옷을 입고 외출을 했습니다.
야경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그 마음을 저희 가족은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마치 이 넓은 펜션단지를 독채로 전세 낸 마냥 우리 네 식구 유유자적 이곳저곳 둘러 보았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를 기약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발길을 이리저리 이끌어 갑니다.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운, 시간이 멈춘 듯하며 너무도 빨리 아침은 찾아왔습니다.
방안이 너무도 후끈해서 장모님은 몸을 잘 지지셨다 합니다.
‘숲속의 요정’에서의 한적한 아침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몇 안되는 산새의 지저귐 소리가 귓전에 맴돕니다.
폐부까지 서늘해지는 깊은 숨을 쉬어보니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건강해지는 듯합니다.
후기에 적혀있는 남들 다 타는 ‘방방’을 타러갔습니다.
그 추운날씨에도 저희보다 장모님이 더 좋아라 하십니다.
장모님이 손녀를 안고 앉아계시고 딸은 엄마 아빠더러 뛰라합니다.
네 식구가 날아다닙니다.
이것도 제법 땀이 납니다.
신나게 동심으로 돌아가 한바탕 크게 웃어봅니다.
천천히 짐정리를 하고 퇴실을 하러 관리실을 찾아가는데 이 알 수 없는 느낌이라니...
키를 반납하는데 주지 말았어야 할 내 것을 건네주는 것처럼 서운해지더군요.
차에 올라타고 핸들을 잡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숲속의 요정’을 빠져나갑니다.
여러분!!!
여행계획으로 이 글을 읽으셨다면 굳이 다른 곳은 둘러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서 후회한다면?’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숲속의 요정’ 홈페이지만 꼼꼼히 읽어보시고 예약하시고 출발하시면 됩니다.
가셔서 후회 없으셨다면 돌아오셔서 제게 고맙다는 리플 하나면 됩니다.
아 참!!
최근 영동 지방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면온IC로 통행은 약간 어려울 듯.
‘숲속의 요정’에서 나와 우측 길을 이용하는데 몇 백 미터 되는 건 아니지만 약간의 언덕에
눈이 잘 녹지 않아 운전이 미숙하신 분들은 체인에 의존해야 할 겁니다.
가급적이면 장평IC를 이용하세요.
도로에 눈은 있겠지만 오르내리는 언덕은 없으니까요^^*
모쪼록 많은 눈에 오고 가는 이를 비롯해 ‘숲속의 요정’도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자- 그럼 ‘숲속의 요정’ 운영진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또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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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0907
2011-0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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