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에 달이지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처가와 친가 쪽엔 홀로되신 어머님 두 분이 계셔서 저희 내외가 여행지로써는 엄지손가락을
꼽는 ‘숲속의 요정’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답니다.
어머님과 7살 된 조카, 장모님과 저희 내외와 예쁜 딸까지 여섯 식구는 봄내음이 물씬한
5월의 ‘숲속의 요정’을 찾았습니다.
역시 기대했던 만큼 핑크빛과 하얀색 철쭉이 어우러져 꽃밭에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움이 가득했었답니다.
‘숲속의 요정’에 가기 전 두 어머님께선 나물을 캐신다며 흥정계곡을 먼저 찾았어요.
요정과 불과 얼마 안 걸리는 거리이고 또 입실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지라
아이들에겐 물놀이를 시켜주고 싶기도 해서 잠깐 짬을 내서 들렀지요.
민들레가 참 많았습니다.(다려서 먹으면 약이 된다고도 하네요^^*)
저희는 잘 모르는 초록색 잎들을 주섬주섬 캐시는데 무슨 나물인지 도통 알 수 없더군요^^;
두 분은 그렇게 다니시고 아이들은 개울가에 보니 올챙이가 어찌나 많은지 종이컵으로 한 아름
잡아주고 개구리도 잡아서 만져보고 대사리? 소라도 드문드문 보이고 아주 작은 송사리들도
제법 보이는데 생태 교육에 아주 그만 이었지요^^*
그 차가운 물가에서 나오지 않고 어찌나 즐겁게 놀던지 나름 저희들도 편했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허브나라도 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해 패스~
출출해서 준비해간 김밥과 전과 오이소박이를 꺼내서 아무 자리에 앉아 먹어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 그 넓은 들과 산과 개울이 저희를 위해서만 존재하듯 또 하나의 행복한 시간이
만들어졌지요^^*
숲속의 요정’에 도착해 두 어머님은 근처 산책로를 거닐며 또 산나물을 캐신다고 보따리를
싸십니다.
이미 쑥과 다래나물? 또 취나물과 민들레도 많이 따셨던데 그도 부족한 모양입니다 ^^*
아이들은 널따란 정원에 놀이기구를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보고 타보고 아주
신났습니다.
집사람이 안에서 짐을 정리하며 제가 아이를 돌보는데 이렇게 라면 사진 찍는 건 물론이고
방방까지 태우니까 서너 시간은 끄떡 없더라구요 ^^*
집사람이 준비해준 상추를 가지고 미니 동물농장을 찾았답니다.
아이들은 반갑게 맞아주는 염소를 어찌나 신기하게 생각하는지(상추가 더 반가웠겠지만)
근처에 돋아난 풀들을 죄다 뜯어서 먹이로 주느라 제초작업은 당분간 안하셔도 되실 듯 ^^;
토끼 한 마리는 울타리를 벗어나와 사방팔방을 뛰어다니고 말라뮤트 종인 엘프와 폴리도
우리 안에서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5cm 가량의 코팅 된 쪽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보물찾기 쪽지였답니다.
찾아서 관리실에 가져가면 선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데 많이 찾으면 선물이 많을 것
같아서, 그 보다는 제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로워져서 아이들을 이끌고 무려 스물다섯개
가량을 찾느라 각 테마별 장소를 샅샅이 뒤져서 관리실로 가져갔더니 한 객실 당 2개까지
인정된다며 폭죽 2개와 교환을 해주셨어요.
오히려 너무 많이 찾아서 원래의 자리에 보물쪽지를 갖다 놓으시려면 힘이 더 드신다며.
(죄송합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는데 배꼽시계가 배고프다고 꼬로록~
자~ 맛난 식사를 하러갈 시간입니다.
바비큐파티!!
숯불갈비가 익어가고 우리들의 시선은 그릴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음식들을 정말 맛있게 먹었답니다.
저희는 맥주와 준비했던 막걸리.
두 어머님껜 술을 잘 못하시기에 와인을 몇 병 준비했었는데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을
만큼 알맞게 다 먹을 수 있었답니다.
두 분 다 기분이 좋으셨던지 너무너무 흐뭇해하시며 말씀 드린 적도 없었는데 내년에도 다시
와야겠다는 약속을 서로 정하시는데 이 여행을 준비한 저희 내외는 그 한마디에 벅찬
기쁨을 느끼게 되었지요^^*
참 잘했다는 자신감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답니다.
아이들 역시 작은 소품으로 준비해간 비눗방울 놀이에도 즐거워했고 잘 먹지도 않던 음식을
분위기 탓인지 너무도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기까지 했었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보물쪽지와 교환한 폭죽을 가지고 아이들과 공원을 찾아가서 근사한
폭죽놀이를 했답니다.
깊은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며 아이들의 환호성이 지금도 들리는듯 하네요. ^^*
객실에 돌아와 물 좋다는 평창물로 샤워를 하니 하루의 피로가 풀어졌고 침대가 없는
한실이어서 너무도 편하게 뒹굴뒹굴하며 따뜻하게 잠을 잤어요.
다음 날 조용한 산속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그 또한 운치 있더군요.
테라스에 앉아 파라솔을 펴고 넓은 산세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그윽한 줄 처음
알았답니다.
뜻하지 않게 효도라는 것을 하며 예순의 후반인 장모님과 일흔을 훌쩍 넘긴 어머님께서
“우리가 죽지 않아 다시 올 날이 있을까? 한 일주일만 있다 갔으면 원이 없겠네.” 웃으시며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아파오기도 했답니다.
꼭 다시 모실 것을 약속드렸고 그 때까지 두 분의 건강을 간절히 기원했답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보물찾기와 염소에게 풀 뜯어주고 다람쥐를 보았던, 신나게 방방을 타고
물놀이와 많은 사진을 찍었던 기억들을 이야기합니다.
숲속의 요정 주변엔 생각보다도 즐길만한 많은 테마가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시면 기쁨과 만족이 배가 되는 행복한 여행을 하실 수 있을겁니다.
늘 아쉬운 여운을 남겨주는 여행이지만 갈 때마다 계절만 바뀔 뿐 다른 모든 것은 하나도
변치 않는 ‘숲속의 요정’이 있어 이 번 여행도 백점 만점에 딱 백점을 드립니다.
장모님은 여행에서 돌아오시고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으셨는데 폐에 물이 차서 건강에
유념하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요즘 장모님 표정이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평창 ‘숲속의 요정’에서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너무도 소중하게 말씀하십니다...
어쩌지요?
마음을 ‘숲속의 요정’에다 두고 온 것 같은 이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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